[태안,서산 여행]꽃지해수욕장/안면암/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수목원/서산마애여래삼존상

2021. 9. 5. 20:29국내여행 이야기/충청&강원권 여행

    2021년 9월 4일 ~ 5일


   금요일 저녁 고향에서 하루 종일 내과와 치과에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느라 지쳐 들어온 아내에게 "내일 나들이할까?"라는 말을 던졌더니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일기예보를 보니 동쪽은 비 예보가 있어 일단 서쪽으로 나들이 방향을 잡았다.


   토요일 아침식사를 하며 인터넷으로 태안 만리포 호텔에 예약을 했다.

토요일 오전 하행길 도로 정체는 당연한 일이므로 아예 각오를 하고 느긋하게 10시에 집을 나섰다. 생각해보면 도로 정체로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분이다. 운전하는 내 옆에 앉기만 하면 잠을 보충하던 와이프가 오늘은 한 번도 눈을 붙이지 않고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오후 1시 조금 전에 안면도에 도착했다. 140여 km에 세 시간 정도 걸렸으니 지독한 교통정체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 안면도에 왔으니 게국지는 먹어줘야지 하고 도로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종업원의 권유대로 세트 메뉴를 주문했는데 아뿔싸 식당을 잘못 들어왔는지 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이나 게국지에 들어있는 게가 너무 짰다.

5년 전 딸내미와 셋이 왔을 때는 게국지를 맛있게 먹었는데, 이번엔 식당 선택에서 실패한 모양이다. 역시 아무 식당이 아닌 맛집으로 소문난 집을 찾아갈 필요가 있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 멀지 않은 꽃지 해수욕장으로 내려와 해변에 있는 카페로 들어왔다. 구름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야외에 앉아 차를 마시기 좋은 날씨였다.

 

 

전방으로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의 잔물결, 백사장 그리고 그 정취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는 곳이었다.

 

차를 마시고 정 여사님도 바다로 내려가셨다.

 

차갑지 않았을까?  하긴 아직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긴 했다.

 

환갑쟁이 정 여사님이 오늘은 18세 순이가 된 모양이네.

 

가지고 온 삼각대에 휴대폰을 고정하고 커플사진도 남겼다.

안면도의 해수욕장들 그리고 위쪽으로 몽산포,학암포 해수욕장까지, 아이들 어렸을 때 여름이면 텐트 들고 참 많이 찾던 곳이다. 

 

꽃지해수욕장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안면암이란 사찰로 이동했다.

1988년에 세워졌다는데 3층짜리 현대식 건물과 높은 탑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절을 둘러보기보다는 절 앞에 있는 여우섬이라는 두 개의 무인도까지 놓인 100여 m의 부교(浮橋)를 걷는 즐거움을 느끼는 듯했다.

 

부교에서 본 안면암

바닷물이 들어왔다면 물에 떠 흔들거리는 부교를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걸을 때는 바닷물이 빠져 있었다.대신 드넓은 갯벌에서 움직이는 게와 물고기 등 작은 바다생물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여보, 포즈 한 번 취해 보시구료...

 

물이 들어오면 떠오른다는 부상탑이다.

 

안면암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호텔 예약을 한 만리포로 이동했다. 한 시간 정도 걸렸다.

호텔은 바로 바닷가에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일몰을 즐기러 해수욕장으로 내려왔다. 이곳 해변은 단단한 모래로 되어있어 물이 있어도 발이 빠지지 않아 걷기 좋았다.

호텔 주인이 2만 원이면 호텔 앞 테이블에 숯불을 세팅해 준다기에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는 번거로울 것 같아 주변 식당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으면 했는데 정 여사님 뜻은 그게 아니었다. 어쩌겠나, 나왔으니 뜻을 잘 받들 수밖에...

해가 다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차를 몰고 근처 농협 마트로 가서 이것저것 사 왔다.

 

그래, 한 번 구워보자.

 

맥주도 한 잔 하고

한 손에는 맥주, 한 손에는 리모컨

 

오징어를 들고 장난을 치신다.

 

이 밤을 위하여 !

뒤로 호텔이 보인다.

 

와이프가 이곳에 오면서 산 고구마를 은박지에 싸서 구웠다. 무척 달았다.

해변에서 폭죽 터트리는 소리를 들으며 오래 시간을 보냈다. 밤공기가 시원해서이기도 했지만, 사실 모텔급인 숙소가 불편할 것 같아서 일찍 들어가기 싫어서이기도 했다. 우리 외에도 2팀이 더 있었다.

 

이튿날 아침 9시에 호텔을 나서 근처 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으로 갔다.

 

미국인으로 1979년 귀화한 민병갑(1921~2002)이 설립한 수목원이다.설립자는 1945년 미국 정보장교로 입국한 뒤 1962년 사재를 털어 매입한 천리안 해변의 2ha의 부지를 기반으로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목을 식재하여 식물원을 조성하기 시작하였다. 

 

한 개인의 힘으로 이렇게 거대한 숲을 일궈 후세에게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 유산을 물려준 사례를 접하면 전에 가보았던 외도 보타니아와 캐나다 밴쿠버의 부차드 가든이 떠오른다. 또한 장 지오느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 속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 의 숭고한 가치도 생각나고...

 

안쪽으로 좀 걷다가 설립자 기념관 옆에 있는 카페에 앉아 차를 마셨다.

 

붉은 배롱나무꽃 옆으로 난 길로 걸었다.

 

꽃들이 많이 없는 계절이라 거대한 숲 속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낭새섬

 

 

영광스럽게도 숲 속에서 설립자를 만나 같은 포즈로 앉아 사진을 찍었다.

 

 

 

호젓한 천리포 해수욕장을 걷는 사람들이 보였다.

 

수련들이 가득

 

노을 쉼터

 

갈대가 있는 곳에서 수목원을 나오기 전에 한 컷

 

 

오전 11시 반쯤 수목원을 나와 집으로 올라가기 전에 수목원에서 55km 떨어진 서산에 있는 국보 제84호 '마애여래삼존상'에 들렀다. 여기는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

 

용현 계곡 바로 옆이었는데 가파른 돌계단을 좀 걸어 올라가야 했다.

 

'백제의 미소' 라 불리는 2.8m의 거대한 석가여래 불상을 만났다. 단정하고 유연하게 조각된 솜씨에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왼쪽이 제화갈라보살 입상,오른쪽이 미륵반가사유상인데 반가사유상은 양쪽 팔과 다리 부분 돌이 떨어져 나가 좀 아쉬웠다.

 

삼존불에서 내려와 계곡 옆에 있는 식당에서 어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짜지 않아 먹을 만했다. 와이프는 막걸리도 한 잔 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 반쯤 출발하여 오후 4시쯤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돌아올 때도 와이프는 자지 않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첫 번째 점심식사에서 게국지와 게장이 너무 짜서 맛없는 식사가 된 점과 바닷가 호텔이 꿉꿉한 냄새와 방음 미비로 불편했던 점이다. 물론 나는 상관없었지만, 예민한 와이프는 많이 불편했단다. 반면 좋았던 점은 꽃지 해수욕장에서의 시원한 산책, 호텔에서 둘 만의 가든 파티,그리고 천리포 수목원의 숲 속 산책 등등...

여행이란 좋은 점과 그렇지 못한 점이 있지만, 값어치로 따지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고 보면 다 이야깃거리이고 행복한 추억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