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물래길

2021. 6. 27. 15:12국내여행 이야기/행복한 걷기여행

     2021년 6월 27일


  어제 오전에는 감자를 캐고, 저녁 때는 비닐하우스 내 참깨 붙들어 매는 일까지 끝내 모처럼 할 일이 없는 일요일이 되었다.
여섯 코스 걷고 중단했던 '행복한 걷기여행' 책 따라하기 중 유일하게 고향 지역에 있는 코스를 걸어보기로 했다.
낮 시간은 햇볕이 뜨겁고 주말이라 사람들도 많을 것 같아 새벽 5시 반에 출발했다.

 

책에는 양수역에서 출발하여 세미원,두물머리,다온광장을 거쳐 북한강을 따라 북쪽으로 난 산책길로 남한강 자전거길까지 걷고 우회전하여 양수역으로 회귀하는 8km의 코스로 나와 있는데, 고향집에서 출발하니 그보다 조금 더 먼 거리가 되었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샌드위치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양수역까지 가는 깨끗하고 잘 조성된 도로를 혼자 걷자니 먼지 풀풀 날리던 길에 앞서가던 소달구지에 친구들과 달려들어 가방 먼저 던지고 올라타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났다.

 

책에서 소개한 두물머리 물래길의 출발지점인 양수역 근처에 왔다. 물래길은 물(水)+래(來)의 의미인데 남한강과 북한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서란다.

 

용늪을 따라 난 산책로로 들어섰다.

셀 수도 없이 이 앞을 지나다녔건만, 이 길로 들어선 것이 처음이다. 아니 이 길이 있는지도 몰랐다. 좌우에 벚나무가 심겨 있고 갈대숲이 우거진 기분 좋은 길이었다. 

 

좌측으로 용늪이 보였다. 아직 연꽃은 보이지 않았다.

 

책에서 제시된 코스는 세미원으로 입장하여 배다리를 건너 두물머리로 가는 것이나 세미원이 오전 9시에 개장하므로 지나쳐 양수리 시장 쪽으로 걸었다.

 

역시 수도없이 이 앞을 지나다녔지만 이렇게 사진을 찍기 위하여 멈춘 적이 있었던가...

사진으로 보니 정말 더 멋진 풍광이다.

 

양수리 시장 어귀에서 좌측으로 난 물래길을 따라 걸었다.

 

세미원에서 넘어오는 배다리다.

245m 구간을 52척의 배로 연결하여 만든 다리인데 정조가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 묘소인 현릉원을 참배하기 위하여 한강에 만들었다는 배다리를 재현한 것이다.

 

강가에 배가 한 척 매어져 있었다. 

혹시 이곳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친구의 배는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곳은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낚시를 포함한 일체의 어로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나 보호구역 지정 전부터 어업을 했던 원주민에게는 고기잡이가 허용된다.

 

연밭

 

두물머리의 상징인 400년 수령의 느티나무다.

그리고 이곳이 무수한 남녀상열지사 드라마의 촬영장소. 아침 7시밖에 안된 이른 아침인데도 여러 사람들이 아침 햇살이 비친 푸른 강물, 시원한 강바람 그리고 주변의 멋진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벤치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자연을 감상했다. 몇 시간 후면 전철에서 쏟아져 이곳으로 온 많은 나들이객들로 이 평화가 깨질 것이다.

 

셀카도 한 컷 남기고

 

건너편으로 넘어와 느티나무를 다시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았다. 아침 햇살에 역광 촬영이 되어 어둡다.

 

포토존에서 촬영 중인 커플.

사랑하는 이들이여, 최고로 좋은 곳에 왔으니 추억을 많이 남기시라.

 

겸재 정선의 족자섬 앞의 큰 여울, 즉 족잣여울도라고 불리는 독백탄 그림을 재구성한 것으로 원본은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독백탄은 현재 사용하지 않는 지명이며 탄은 '여울'을 뜻하는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양수리 전경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한강 제1경인 두물경으로 가는 길인데, 나도 여기부터는 처음 가보는 길이다.

 

다온광장의 두물경, 족자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팔당댐을 막기 전에는 족자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었는데 초등학교 때 족자섬은 단골 봄소풍 장소였다. 저 섬 기슭에 보물찾기 쪽지를 감췄는데 나는 왜 그것을 찾는 재주가 그렇게 없었던지...

 

드론을 날리고 있던 젊은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다.

 

여기서부터는 북한강을 따라 북쪽으로 조성된 산책길이다.

 

나무 데크와 좌우로 갈대가 우거져 있는 기분좋은 길이 이어졌다. 이쪽 길은 관광객보다 주민들이 운동삼아 많이 걷는 듯했다.

 

어느 지점이든 셔터를 누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트레킹 코스였다.

 

양수대교

 

양수철교, 전차가 지나고 있다.

이 부근을 지나다 애완견과 걷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마스크를 하고 있어 지나치려다가 서로 알아보고 반가운 마음에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 때문에 동창회 등 모임이 중단되어 본 지 오래된 친구다. 열심히 걷고 건강관리 잘 하자는 이야기를 끝으로 헤어졌다.

 

'양수리 환경상태공원'인데 역시 잘 조성되어 있었다. 자전거길 바로 아래 있어 라이더들이 휴식하기 좋은 공원이다.

 

두물머리 물래길 탐방 안내도

 

공원에서 남한강 자전거길로 올라섰다. 예전에 중앙선 철도 부지였는데 전철이 새로 놓이면서 구 철도부지가 최상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되었다.

여기서 우회전하여 양수역으로 향했다.

 

힘차게 페달을 밟는 라이더들이 지나갔다.

 

오전 8시 10분경에 양수역에 도착했다. 많은 라이더들이 휴식을 취하는 중간 기착지다.

여기서 마을길로 집으로 오는 도중 집 밖에 나와 있는 절친을 만나 집안으로 끌려(?) 들어가 음료수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났다. 몇 시간을 같이 이야기해도 할 이야기가 남는 사이이지만, 아침식사를 못하고 기다리고 계실 어머니 생각에 자리를 떴다.

 

내 자신 "양수리에 뭐 볼 것이 있어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나, 차 밀려 짜증 나네."라고 할 정도로 내 고향의 진면목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제대로 천천히 돌아보니 이래서 사람들이 "양수리,양수리!"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만보기를 확인해 보니 오늘 아침 15,200보, 9.7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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