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5. 10:41ㆍ국내여행 이야기/영남권 여행
2009년 8월 3일
이튿날 7시 기상, 근처 콩나물 해장국 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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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번째로 살던 집, 수원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살던 아파트 단지로 갔다. | ||||||||
이 곳은 아파트 단지라 그런지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았다. | ||||||||
집사람도 들떠 있었지만, 여기서는 큰 아이가 더 난리다. | ||||||||
"저기 문방구가 있었는데, 계란 반숙 자판기도 있었고.." | ||||||||
"아빠 저기 병원있었는데, 일곱살때 아빠 엄마가 이쁜이 수술해 준다고 꼬셔서 포경수술하고서 집까지 | ||||||||
걸어가는데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요? " "응,그랬냐?" | ||||||||
"그리고,저기는 친구 원기네집" 그리고 저기는,,저기는,, "나는 회사와 집을 왔다갔다한 기억 밖에 | ||||||||
별로 없는데 집사람과 애들은 추억이 무척 많았다. | ||||||||
애들은 살던 아파트 주위며, 놀이터, 마트,학원주변 등등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니며, 이야기하며 사진을 찍었다.
<옛날 살던 아파트 근처에서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종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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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제 어디로 갈까?" 내 물음에 집사람은 태화강 고수부지로 가자고 했다. 이제는 식구들이 가자고 하는 대로 안내할 생각이다. 고수부지까지 가는 길은 강변대로를 타고 가면 쉽게 갈수 있었으나, 일부러 집사람 추억이 많을 듯한 시내길을 택했다. "여보,여보, 저기 국민은행,현대증권.." "아,파란풍차도 아직 있네." 파란풍차는 집사람이 처녀때 나를 만나러 울산 와서 처음갔던 빵집이다. 신혼 즈음에 울산 유일의 백화점인 주리원백화점도 보고 싶다고 했다. 백화점은 무슨 아울렛으로 간판을 달리하고 있었다. 유난히 말이 늦던 딸아이가 그 때 주리원백화점을 '주리캉'으로 불렀다는 그동안 수없이 많이 한 얘기를 집사람은 차안에서 또 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여자들은 별 것도 아닌 듯한 것을 너무 상세하게 기억속에 보관해 두는 것이 남자와는 많이 다른것 같다. 고수부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았다. 우리가 여기서 살때 울산은 공해의 도시였다, 이 태화강은 죽은 강이었고, 온산화학공단에서 날아오는 악취는 울산 공기를 오염시켰다. 그러나 이제 이 태화강은 수영대회도 여는 1급수로 개선되었고 악취없는 청정도시로 변해 있다. 이 태화강 고수부지도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추억이 있는 곳. 집사람은 데이트 할 때 얘기를 했고, 아들은 자전거 배우던 곳, 내가 만들어 준 글라이더 날리던 곳, 그리고 같이 야구 공 던지기 하던 곳으로 아주 자세한 기억을 하고 있었다. "아빠가 글라이더를 만들어 주셨는데 풀이 모자라 밥풀로 붙여 주셨어요." 라고 나는 전혀 생각나지않은 장면을 얘기하는 걸 들으니 그 옛날 더 자상하게 많은 걸 해줄 걸하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도 애들은 사진을 무척 많이 찍었다.
<고수부지, 옛날에는 이 고수부지 옆을 흐르는 태화강의 오염도가 심했었다.>
다음에는 20분쯤 걸려서 아들이 가고 싶다는 울산남부초등학교를 찾았다. 이번 휴가때처럼 차에 붙은 내비게이션이 참 필요하다라고 느낀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학교를 둘러보고 정문에서 사진을 찍고 학교주위 길을 나서서 집사람과 아들의 다툼은 시작되었다. 둘이서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서로 이 길이 맞니 저 길이 맞니 티격태격, 결국 합의보면서 두사람은 저 앞으로 사라졌고 이 학교와 이쪽 길에 대한 기억이 젼혀 없는 나와 딸내미는 끌끌 실소를 짓다가 차에 탄 채 뒤따라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가는 길에 큰 아파트 단지가 생겨 옛날길은 없어졌지만, 걸어서 20분 정도 걸려 다시 아침에 떠난 아파트까지 갈수 있었다. 두 사람은 걸어서 그리고 두사람은 차를 타고 말이다. 그 외에도 집사람이 꼭 보고 싶다는 큰아이 가졌을 때 다니던 산부인과가 있던 빈센트병원은 도시재개발이 되면서 도로로 편입되어 없어졌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고, 딸내미가 다니던 '보배유치원'도 찾지 못했다.
<2학년1학기 까지 다닌 초등학교>
이제 시내를 벗어나 동구쪽으로 차를 몰았다. 가는 길에 내가 다니던 현대자동차 공장을 지난다. 단일 자동차공장으로는 세계최대규모의 공장이다. 여기서 방어진쪽으로 20여 KM가면 역시 세계최대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 현대중공업옆에 있는 '대왕암공원'이다. 예전에는 '울기등대공원'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이름이 바뀌었다.수도권에도 여러 좋은 공원이 많이 있지만, 이 대왕암공원은 3면이 바다로 둘러쌓여 있고 수많은 아름드리 소나무 숲과,바닷바위등 천혜의 자연을 살린 빼어난 공원이라 할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경치에 취해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을 만끽하고 사진을 찍었다. 또 예전과 달라진 점을 찾아 이야기하기도 했다.
<대왕암 공원 입구에서, 예전에는 '울기등대 공원이라고 불렀다.>
흐르는 시간이 아쉬웠지만,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올라가는 길에 경주 불국사에 들르기로 했다. 대왕암공원에서 경주까지는 40 KM 정도지만 시원한 바다를 더 보기 위하여 10KM 더 먼 해안도로를 택했다. 이 길 역시 우리 추억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주전해변,정자해변,그리고 어제 들른 관성해수욕장을 끼고 달린다. 올라오는 길에 정자에 들려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 들어가 시원한 물회 한그릇으로 늦은 점심을 대신했다. 집사람은 TV에서 땀 뻘뻘 흘리며 물회 먹는 걸 보고 먹고 싶었다고 하면서 무척 맛있게 먹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정차역인 경주로 들어와 불국사를 구경하고 보너스로 첨성대에 들렸다. 딸내미는 유적지 다른곳도 봤으면 했지만, 어느덧 날은 어둡고, 장거리 운전도 걱정되어 이번 가족여행은 아쉬움을 남긴채 여기서 마감해야 했다.
* 짧은 가족여행이었지만 가족 구성원간의 정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애들이 크면 부모와 어딜 가는 걸 싫어한다는 게 우리 어른들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튿날 집사람과 애들은 옛날 사진첩을 꺼내 이번에 방문한 곳에 대하여 또 한번 이야기 꽃을 피웠다.
딸내미가 다섯살 때 대왕암공원에서 찍은 필름사진과 이번에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붙여서 컴퓨터 바탕화면에 보관시켜 놓았길래 옮겼다. 본인도 기억속에 있을까말까한 장소에 가서 다시 사진을 찍었으니 묘한 기분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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