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9. 19:52ㆍ일상 이야기/책 이야기
2021년 7월 9일
서명 : 파친코 , 저자 : 이민진, 역자 : 이민정
재미교포 1.5세대인 50대 여류작가가 쓴 4대에 걸친 재일교포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대서사시.
작가는 일본인 남편을 만나 재일교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소설의 구상부터 탈고까지 3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글로 소설은 시작되는데 이 문장은 지독히 불운한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헤쳐나가는 것이 이 소설의 스토리임을 암시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1910년 한일합방에서 1989년까지.
일제치하라는 불행한 시기에 태어난 선자의 기구한 운명
아비가 다른 선자의 아들, 노아와 모자수
노아의 생리학적 아버지인 야쿠자 고한수와 선자를 구원하여 오사카로 이끈 목사 남편 이삭,그는 모자수의 아버지다.
그들은 일본인의 차별과 멸시 속에서 가난과 싸우며 일본에 정착한다. 정상적인 직업을 가지기 힘든 사회에서 노아와 모자수는 파친코 사업으로 성공한다.
그러나 한 줄로 담백하게 묘사되는 노아의 갑작스런 자살은 독자를 충격에 빠뜨리고 만다.
영리하고 성실한 노아가 일본사회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는 장면을 기대한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언급된 적은 없지만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의 재미교포 애인인 피비가 아마도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젊은 시절의 작가 자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피비는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결국 솔로몬을 떠났다.
책을 읽으면서 1986년 여름 나고야 출장길 기내에서 만났던 재일교포분이 생각났다.
토목사업으로 일본에서 성공한 듯한 그분은 60대였는데 초면인 나의 출장길에 도움을 주고 그의 3층 저택으로 초대하여 하룻밤을 묵게 했는데 경상도가 고향이라는 연로하신 교포 1세대인 그분의 장모님이 나를 반겨 주셨다. 그분은 이제 늙어 여행할 수가 없지만 고향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 또래의 손자 가족까지 집으로 불러 3대가 식사를 같이 했다.
그때만 해도 일본 가면 조총련 때문에 두려움을 느꼈는데 아무런 조건 없이 접근하여 친절을 베푼 그분에게 의구심을 품기도 했었다.
책을 읽고 나니 그집에 계시던 할머니가 소설 속의 '선자', 나를 초대한 그분이 '모자수', 그 아들이 '솔로몬'으로 다가왔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그분들도 아마 소설 속의 인물들처럼 불운과 불행은 딛고 인고의 세월을 살았으리라. 일본에서 태어났어도 한국이나 북한 여권이 아니면 해외여행이 불가한 영원한 이방인
더위를 잊고 깊이 빠져들게 하는 책이었다.
책은 1,2권 두 권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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