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황산②]89세 아버지와의 특별한 여행

2016. 4. 24. 10:55해외여행 이야기/중화권 여행

    2016년 4월 21일 오전, 황산풍경구 서해대협곡

 

    안휘성 남동쪽에 위치한 황산(黃山)은 중국 10대 관광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으로 90년대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며, 기송과 기암괴석,운해가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지상 최고의 절경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제법 내리고 있어 가슴이 철렁했다.

오늘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황산 등반인데, 제대로 못보고 가는게 아닐까?

그러면 어렵게 왔는데 아버지께서 얼마나 실망이 크실까?

황산은 연중 270일이상 비가 온다고 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셔서인지 아버지 몸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셨고 식사도 잘 하셨다. 


여행사 버스로 '황산풍경구'로 이동했다. 한시간 반 가량 걸렸다.

현지 가이드가 꽤나 걱정이 되는지 "어르신, 괜찮으시겠어요?" 하고 여러번 묻는다.

사실 떠나기 전 여행사에서도 두번 확인 전화가 왔었다. 연세가 있으신데 괜찮으시겠냐고...

   

버스에서 내려 '태평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다.

전면의 사진 속 큰소나무가 수령이 1,300년이라는 영객송(迎客松)이다.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평일이라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란다.

이곳 황산에는 연간 관광객이 약 800만명이 찾아오며 그중 한국인 관광객은 7만명 정도 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해 주었다.

여기서 가이드 또 걱정이 되는지 아버지께 우황청심환 한알을 드시게 했다.

 

케이블카로 해발 900m에서 1,600m로 올라가는 동안에도 빗방울은 창문을 때렸고 창밖으로 어렴풋하게 산들이 보일뿐이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빗방울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비가 멎은 것이다.

 

여기서부터 황산에서도 하이라이트 코스인 '서해대협곡(西海大峽谷)' 트레킹이 시작된다.

 

등산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마자 갑자기 동양화 한폭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비온뒤의 적절한 운무(雲霧)가 우리를 다른 세상에 와 있는듯 들뜨게 만들었다.

 

황산에서 아버지와 첫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와이프가 이번 여행에 준비해 준 바람막이 부자(父子)커플룩이 잘 어울리는 것 같네.

 

한폭의 동양화였다. 스물스물대는 운무는 동양화에 생명력을 주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은 흥분되어있는 시신경을 통하여 뇌리 메모리 칩에 고스란히 저장되었다.

 

아버지가 등산 통행로 계단에 서서 포즈를 취하셨다.

황산에는 계단이 10만개쯤 있고 우리는 만개 정도의 계단을 걷게 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아버지는 이런 가파른 절벽에 이렇게 많은 계단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해 하셨다.

긴 세월이 걸렸고 무수히 많은 중국 인민의 희생이 있었으리라.

 

아버지와 어깨동무를 했다.

아버지는 꼭 나를 앞세우셨다. 

우산,우비,간식등을 넣은 배낭은 나 혼자 메고 걸었는데, 자꾸 달라고 하셨다.

그러나 오늘은 끝까지 내가 메고 다녔다. 아버지 체력으로도 충분히 배낭을 메실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에고, 다른 사람들 이목도 있고해서...

 

황산은 '10보(步) 1경(景)'이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정말 열 발자국도 못 가서 다시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다.

 

황산은 '기암(奇巖)', '기송(奇松)','운해(雲海)'  이렇게 세가지를 보기 위하여 오는 곳이라고 한다.

비가 많이 와도 날씨가 너무 맑아도 이 세가지를 다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기억속에 있는 언제가 본 동양화 그림과 현실의 장면이 자꾸 오버렙되었다.

 

코스는 대부분 내리막으로 되어 있고 군데군데 전망대가 있어 머물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여기는 산들이 운해에 쌓여 극도의 신비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던 곳 

 

 

또 전망대에서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 준단다.

아버지도 제대로 황산구경하신다고 무척 좋아하셨다.

 

어디까지가 구름인고, 어디까지가 안개인지... 잘 모르니까 버무려 운무(雲霧)라는 말이 생겼나보다.

 

그냥 오래오래 머물며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싶은 장소였다.

 

드디어 서해대협곡의 곡저가 가까워졌는지 저 밑으로 모노레일이 보였다.

 

 

곡저(谷底)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천해'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모노레일 천정 유리창으로 보이는 비경에 탑승객 전원이 일제히 탄성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안개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위로 올라가니 마치 산들이 안개 속을 뚫고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점심식사를 한 식당의 천정 장식

 

평소 등산을 많이하시는 아버지에게 이 정도 코스는 쉬운 편에 속했다.

출발전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은 가이드와 일행들도 대단하시다고 한마디씩 했다.

오히려 몸이 무겁고 관절이 안좋은 일행 중 70세 전후의 남자분들이 고생이 심해 보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황산 앞산코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