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산 2021. 1. 26. 10:53

    2021년 1월 25일

 

    지난주 책을 한 권 샀다.

책 이름은 '행복한 걷기여행' 인데 앞에 '주말이 기다려지는'이란 수식어가 붙어있다. 서울,수도권의 한나절 걷기 좋은 길 52군데를 엄선한 것인데, 주말을 언급한 것을 보면 저자는 매주 한 군데씩 걸어서 1년에 전체 코스 걷기를 끝내기를 바라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하체가 부실하여 등산 등 걷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기에 무리하지 않고 시간 날 때마다 걸어 보고자 한다. 그러다가 52 코스를 마스터한다면 좋은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수도권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탐방할 수 있는 기회를 어느 정도 얻는 것이니 손해는 아니니라.

저자는 책 머리에서 '한눈팔기'와 '느림의 미학'에 대하여 언급했다. 걷는 목적이 기록 경쟁이 아니니 주변을 살피고,관찰하며 사색할 시간을 갖는다면 나름 얻는 바가 있으리라는 이야기다.

책에 실린 코스는 5km에서 15km까지 다양한데 주로 7~9km가 대부분이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코스도 있고 다른 코스도 있다. 일단 집에서 접근하기 쉬운 코스부터 골라서 걸어보아야겠다.

 

지난주 구입한 책의 표지, 두 여행작가가 집필했다. 서울 시내 코스가 많아 출발지점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것이 나로서는 가장 큰 문제다.

 

따뜻한 봄에 시작할까 생각했는데, 이번 주 날씨가 갑자기 봄날같이 따뜻해져 나서게 되었다.

책의 13번째 실려있는 '수원화성', 집에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곳인데, 전체거리 7.5km,소요시간 2시간 30분으로 나와있다.

 

장안문 근처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후 2시50분에 성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포근하고 공기도 맑아 야외활동하기 그만인 날씨였다.

 

'서북공심돈'을 지났다. 서북공심돈은 화성 서북쪽에 세운 망루로 주변을 감시하고 공격하는 시설이다.

 

화서문을 통과하여 시내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정조대왕 동상'을 만난다. 이 화성을 축성한 주인공이시다. 정조 18년(1794년) 1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2년 9개월 만에 당시 조선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하여 완공하였다.

 

다시 화서문으로 나가 성곽 밑의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다 멋진 명품 소나무를 만나 셔터를 눌렀다. 이곳 팔달산에는 운동 삼아 나온 시민들이 많이 보였다.

 

화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화성장대(서장대)', 일종의 군사 지휘 본부인데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 능을 참배하러 화성에 오면 이곳에서 직접 군사를 지휘했다고 한다.

 

화성장대 맞은편으로는 수원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가던 길을 계속 가니 '서남암문'이 있다. 화성 서남쪽에 있는 비상문이라는데 그래서그런지 문이 좁다.

 

서남암문을 지나 화양루까지 가는 길은 거리 약 300m,폭 6m정도 되어 보이는데, 좌우에 축성이 되어 있고 소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운치 있다. 바닥도 푹신해 걷는 느낌이 좋았다.

 

서남각루(화양루), 화성 서남쪽 요충지에 세운 감시 시설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스크 내리고

 

화양루에서 서남암문으로 되돌아나와 오른쪽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팔달문(남문)으로 내려와 왼쪽 장안문쪽으로 시내 거리를 거슬러 올라갔다. 우리 고장이고 수없이 다녀본 거리이지만, 오늘은 교재에서 언급한 코스를 충실하게 따라 해 볼 생각이다.

 

화성행궁에 도착했다. 몇 번 들어가본 곳이고 입장료를 내야 하므로 건너뛰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오늘은 책에 충실하기로 했으니 입장료 1,500원을 내고 화령전까지 갔다 오기로 했다.

 

행궁의 가장 안쪽에 있는 봉수당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화령전이 있고 이곳의 정전인 운한각에 정조 어진이 모셔져 있다. 봉수당에는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여는 광경이 모형으로 전시되어 있고 화령전은 순조가 아버지 정조의 초상화를 모셔 놓고 부왕의 지극한 효성을 본받기 위하여 지은 건물인데 정조 어진은 1954년 소실되어 2004년 다시 그린 것이라고 한다.

 

갈 길은 아직 먼데 벌써 배가 출출해 행궁 광장 벤치에서 와이프가 싸준 간식을 급히 먹고 발길을 재촉했다.

다시 팔달문으로 내려와 좌측 지동시장쪽으로 들어섰다. 손님들은 별로 없는데 길 좌우의 상인들의 호객 소리를 들으니 코로나 사태로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

 

지동시장,100년 전통의 시장이다.

 

창룡문까지는 성곽을 따라 밖으로 난 완만하게 경사진 길을 걸었다. 호젓하고 조용했다.

우측에 '벽화마을', 화성을 조망할 수 있는 노을빛 전망대가 있는 '수원제일교회', 헬륨기구를 탈 수 있는 '플라잉수원' 등이 있다는데 다음 기회에 와이프와 같이 가 보려고 남겼다.

 

창룡문(동문)에서 성 안으로 들어왔다.

 

동북공심돈

 

성곽 바로 밑으로 난 보행로를 따라 내려가니 '동장대'에 다다랐다. 서쪽 하늘에서 해넘이가 시작되고 있었다.

 

동장대는 장수가 군사 훈련을 지휘하던 곳으로 '연무대'라고도 한다. 대지를 3단으로 나누어 마당 한가운데에 장수가 말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다. 아름다운 해넘이를 잠시 감상했다. 

 

성곽을 타고 걸어 내려오다가 뒤를 돌아다 보았다.

 

전방도 한 컷 찍고...

 

국궁 체험장

 

동북포루

 

방화수류정 앞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어두워져 성곽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행객,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핫플레이스다. 오른쪽의 성 밖의 연못(용연)과 어우러진 경치가 아름답다.

 

동북각루,화성 동북쪽 요충지에 세운 감시용 시설로 '방화수류정'이라고도 불린다. 군사시설이지만 아름다운 연못과 함께 있어 경치를 즐기는 정자로 많이 쓰인다. 2층에는 임금을 위한 온돌방이 있다고 한다.

 

북암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나가 소나무와 어우러진 방화수류정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성곽 밖 경사면에 가득한 억새밭에는 추억 사진을 남기려는 젊은 커플들이 많이 있었다.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젊은이들을 밖으로 끌어낸 모양이다.

 

화홍문,북수문이라고도 하는데 아래에 7개의 석조 아치로 이루어진 수문이 있다.

 

화홍문을 지나서 화홍문 일부,방화수류정,용연을 앵글에 담아 보았다.

 

이제 도착지점에 가까워졌다. 뒤를 돌아보니 성곽이 조명을 받기 시작하여 낮과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드디어 출발했던 장안문에 도착했다.

책에 적혀 있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걸렸는데, 책에는 중간에 쉬는 시간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고 하니 대강 맞게 걸린 것 같다. 

집에 도착하니 와이프가 닭볶음탕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첫 걷기 여행인데 같이 가지 못했다고 무척 섭섭해했다. 두 번째 걷기에는 꼭 같이 가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