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행사&기념일

결혼 34주년 자축

여기산 2020. 12. 15. 09:33

    2020년 12월 14일

 

   결혼 34주년을 맞았다.
최근 악화일로에 있는 코로나 사태로 외식이나 나들이가 꺼려져 궁리 끝에 며칠 전에 서울 시내 호텔을 예약했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여행 대신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긴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도 코로나를 핑계 삼아 안 해본 짓을 한 번 해보기로 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까지 1시간 정도 걸려 오후 3시가 조금 지나 도착했다.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1박에 허락된 시간을 온전히 호텔 내에서 보내기로 작정했다.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고 키를 받았다. 로비에 아름답게 크리스마스트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우리 객실이 있는 17층 엘리베이터를 내리니 창 밖으로 남산이 보였다.

어젯밤에 내린 눈이 조금 소나무에 얹혀 있었다.

 

1758호 우리 객실에 들어왔다. 외벽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다.

객실은 남산뷰와 한강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조금 비싸더라도 시내 전망이 있는 한강뷰가 나을 것 같아서  택했다.

 

멀리 한강과 한남대교, 잠실 롯데타워와 강남의 고층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날씨가 좋아 먼 산도 선명하게 보였다.

이 호텔에서 대학 졸업하던 해 사은회를 했었다. 입담 좋은 개그맨 주병진과 이성미가 사회를 봤는데, 38년이 지났지만 그때 기억이 선명하다.

 

객실 내부다. 프리미엄급이라는데 킹 사이즈 베드가 한 개 있다.

 

조금 쉬다가 룸 서비스로 음식을 주문해 식탁을 꾸몄다. 이런 곳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호텔 음식값을 알고 나면 속이 쓰려 소화불량에 걸릴 것 같지만, 어쩌랴... 이왕 호사 한 번 하기로 큰 마음먹고 왔으니...

와인은 딸내미가 선물로 준 것을 가지고 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해가 짧아 벌써 밖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밖을 내려다보니 아이스링크에서는 스케이터들이 그룹으로 무엇인가 연습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일이 아이스링크 개장일이라 개장 때 보여주려고 연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만난 지 36년,결혼한 지 34년, 지지고 볶으며 그런대로 잘 살아온 대견한 우리를 위하여 !

 

와인맛 좋네 !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가?

 

이런 포즈도 취해 보고...

추지 못하는 부르스도 땡겼다. 우리 둘 만의 시간, 우리 둘 만에게만 허락된 장소에서 남사스럽지만 TV에서 본 듯한 장면도 흉내 내어 보았다. 물론 와이프의 리드로...

 

내가 준비한 편지를 내밀었다. 그리고 와이프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인 약간의 '쩐' 까지...

작년 편지보다 덜 감동하는 눈치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내용이 그렇다.

 

밤은 깊어가고...

와이프는 비몽사몽 지경에 빠진 내 얼굴에 마스크팩을 올려놓았고 나는 꿈속에 빠져 들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커튼을 올려보니 아직 캄캄한 밤중인데 동쪽 하늘에 샛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와이프를 깨워 같이 감상했다.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시내 조명은 하나둘 사그라지고 코엑스가 있는 방향에서 찬란한 해가 밀려 올라왔다.

9시에 아침식사를 하러 1층 식당으로 내려왔다. 뷔페식당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입장 때 발열체크와 QR코드 등록을 하고 음식을 덜 때는 비닐장갑을 끼는 등 코로나 위생관리가 철저했다.

식사를 마시고 객실에서 조금 쉬다가 11시가 다 되어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한 다음 저녁에 퇴근한 딸내미와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올해 결혼기념일은 온전히 우리 부부 둘 만을 위하여 시간을 썼다.

무엇보다 와이프가 좋아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