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산 2020. 3. 22. 22:09

     2020년 3월 22일


    코로나19로 모두에게 조심스러운 주말이었다.

동생들과 밭에 아로니아 나무를 심기로 해서 아침 9시에 고향집에 도착했다.

많은 일은 아니지만 형제들이 모여 얼굴도 보고 이것저것 일을 찾아 하기로 했다.

    

와이프는 일이 있어 같이 오지 못했는데, 마침 오늘이 동생 생일이니 아파트 근처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꼭 사가지고 가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생일 축하를 하고 케이크를 좀 먹고 매제가 사온 막걸리도 한 잔씩을 했다.

 

형수가 챙겨 주었다고 하니 동생이 무척 좋아했다.

동생은 고향 학교에서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거름을 뿌리고 구덩이를 파고 아로니아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고 어머니를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포근하고 쾌청한 봄날씨였다.

 

여동생과 매제도 어머니와.

매제는 서울시 공무원인데,이제 정년퇴직이 2년 정도 남았다.

 

아로니아 18그루를 심고 부직포까지 씌웠다.


여동생이 준비한 삼겹살 그리고 와이프가 싸 보낸 반찬 등으로 점심 식탁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점심식사를 하고 5시까지 쓰레기를 치우는 등 이것저것 일들을 했다.

마침 고향집에 내려온 두 명의 고향 친구도 만나고... 

 

25년 전에 내가 반 부담해서 지은 고향집.

이제 수 년내로 형제들이 모두 퇴직하면 모일 수 있도록 1층은 리모델링하고 2층을 올리면 어떻겠냐고 여동생이 의견을 내었다.

괜찮은 생각이라고 했다.

고향 인심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노후에 우리 형제나 자식들이 쉽게 와서 묵을 수 있는 집이 고향에 있다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거기다 이렇게 농사지을 땅까지 좀 있으니...

 

고향집 앨범에 있는 사진이다.

내가 다섯 살, 남동생이 세 살 때 사진인데 이 사진 찍을 때 생각이 어렴풋이 난다.

우리가 아현동 아저씨라고 부르던 당숙이 내려오셔서 찍어주신 것인데 이 때 동생은 낮잠을 자다 깨서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나에게 손이 잡혀 서 있었고, 사진을 다 찍으신 당숙께서 "너,고추 나왔다."하시며 크게 웃으셨다.

자라면서 동생은 이 사진이 창피했던지 앨범에서 빼 버렸다가 다시 꽂아서 구겨져 있다.

왼쪽에 꽤나 컸던 사발꽃나무(수국)는 하도 타고 놀아서 줄기가 반들반들 했고 그 아래 흐르는 도랑물에는 피래미,중투리 등 물고기가 많아 잡는다고 몰래 체를 들고 나와 몇 개나 해 먹었다.

뒤에 보이는 초가가 현재 집이 있는 위치에 있던 별채로 왼쪽에는 화장실이 오른쪽에는 돼지우리가 있었는데 밤에 마당을 가로질러 그 화장실에 가는 것이 어찌나 무서웠던지...


일요일 늦은 밤, 옛 사진을 보며 잠시 추억에 잠겨 보았다.

세월 참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