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산 2019. 4. 23. 22:35

   어젯밤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 푹 좀 자려는데 그놈의 습관이 무섭다.

아침 6시에 눈이 떠져 한 방에서 자고 있는 와이프와 딸내미가 깰까 살그머니 일어나 대강 씻고 거실로 나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새봄이의 "할찌,할찌"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에 딸린 평상형 베드에서 아빠,엄마와 자고 있던 새봄이가 혼자 깨어 있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침실에서는 세 명이 잤는데 보지도 않고 문을 여는게 할아버지인지 어찌 알았을까, 신기했다.

 

다들 자는 이른 아침에 둘 만의 오붓한 시간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아침 식탁이 차려졌다.

새봄이 뭔가 못마땅해 땡깡을 부리다가,

 

내 옆에 앉으니 기분 좋아.

 

내 폰 속에 들어 있는 "새봄이" 보여 달란다.

 

햇살 따뜻한 야외 테라스에서 책을 읽는 사이 딸내미가 찍었나보다.

그런데 멋지게 찍으려고 도구를 사용하는 바람에 촛점이 안 맞았네.

요즘 읽는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다.

 

11시 체크아웃 시간 전까지 앞뜰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제 영월 시장에서 산 뻥과자를 나눠 먹고,

 

기념될 만한 사진을 많이 남겼다.

 

전체 가족사진을 마지막으로 체크아웃을 하고 펜션을 떠났다.

원계획은 청풍문화재단지에 들르기로 했으나 적당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카페에 들러 시간을 좀 보내다가 일찍 올라가기로 했다.

식당과 카페는 애들이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 점심식사를 하러 들른 제천에 있는 '금성제분소'라는 라멘(일본식 라면)전문점.

자리가 없어 이름을 적어놓고 기다리는 사이 딸내미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오픈한 지 얼마 안되는 식당인 듯한데 손님이 아주 많았다.

 

이제 끝물이지만, 벚꽃이 화사했다.

 

라면 두 종류,덮밥 두 종류를 주문해 나눠 먹었다.

요리 하나에 7천원씩 했는데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들른 '커피라크'란 카페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손님이 많았다.

 

 

 

 

여기서도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카페를 나와 아들가족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몇 년 전부터 이때를 기념하여 하와이로 가족여행을 갈 것이라고 아들과 같이 적금을 부어온 모양인데, 

아버지께서 병환 중이시라 내가 모든 것을 취소하고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다.

그래도 그럴수는 없었는지 애들이 이 짧은 이벤트 여행을 준비했나 보다.

고마웠다.

밝게 자라준게 고마웠고, 여러가지 마음 써 주는게 고마웠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33년째 옆을 지켜준 와이프 그리고 그외 가족,친구,직원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날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우리 가정을 지켜주시는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날이었다.

 

딸내미가 만든 플랜카드 그래픽 초안

내 얼굴 사진은 지난 3월 제주여행 때 유채꽃밭에서 찍은 것이다.

 

생일날 아침 일어나니 와이프의 깜짝 선물 기타가 축하 편지와 함께 거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와이프가 기타 잡고 폼 한 번 잡으라신다. 어색~

그런데 음악에는 재능이 '일'도 없는 내가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

미술이나 중국어같이 작심 3개월 되지는 않을까?

와이프는 열심히 배워 2년 뒤 자기 환갑에 축하 연주해 달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