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론
2018년 8월 9일
서명 : 담론, 저자 : 신영복
작년 하반기 상공회의소에서 개설된 인문공부 과정에서 알게 된 고 신영복 교수의 책이다.
저자는 육사 교관으로 있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지 20년 만인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여 성공회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2016년 타계하셨다.
이 책 표지에 적힌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저자의 마지막 학기 강의의 녹취록을 가지고 만들어진 책이다.
책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1부는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 편으로 공자,맹자,장자,순자,묵자 등 고대 현인들의 사상과 유명한 고사를 중심으로한 이야기고, 제2부는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편으로 저자의 20년 간의 교도소 생활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많은 담론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인조반정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노론 세력이 지배 권력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으며 민족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전인격적인 개성이 아닌 집단적 지성이 필요하며, 우리의 삶을 그 근본에서 지탱하는 정치,경제,문화의 뼈대를 튼튼히 하고,사람을 키우는 일 이것이 석과불식(碩果不食)의 교훈이며 희망의 언어라고 역설한다.
책 끝부분에 있는 '떨리는 지남철' 이란 저자의 글이 가슴에 진하게 다가온다.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읜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하략)
책 띠지 뒷편에 씌여 있는 저자의 글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책에 실려 있는 저자의 글과 그림 "함께 맞는 비" 함 자의 'ㅁ'과 맞 자의 'ㅁ'을 같이 썼다.
작품에는 빗줄기와 접힌 우산이 그려져 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라는 해설과 "돕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제시되어 있다. 정말 깊은 사유에서 도출될 수 있는 글이다.
역시 책에 있는 저자의 글 '우공이산(愚公移山)'
저자는 교도소에서 추사의 맥을 잇는 분으로 알려진 정향 조병호 선생에게서 한자의 전예해행초의 서예 5체를 배웠는데 획과 필법이 상이한 한글 서체를 스스로 터득했다.
서울 정도 600년을 기념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한 100인 초대전에 출품한 작품 '서울',
'서' 자는 산을, '울'자는 유구히 흐르는 강물을 형상화했다.
'북악은 5천 년 동안 무심하고,한수는 유정하게 700리를 흐른다'는 한시가 방서로 씌여져 있다.
여기서 북악은 왕조 권력을,한수는 민초들의 애환을 상징하는데, 지금은 서울 시장실에 걸려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