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산행
2017년 11월 11일
토요일 이른 아침 김장을 하기 위하여 아내와 고향에 내려왔다.
가족들과 배추를 절이고 무채를 썰고 이것저것 김장준비를 마치니 오후 2시 쯤 되었다.
TV를 보며 쉬다가,
"아버지,산에나 가실래요?" 하고 여쭈었더니,
"그래,가자."하고 좋아하셨다.
평소 나는 등산을 즐기지는 않는다.
4년 전에도 김장하는 날 아버지와 단둘이 다녀왔던 코스를 올라갔다.
낮은 산길에는 솔잎이 많았는데 올라갈수록 갈잎이 많아서 가파른 길은 무척 미끄러웠다.
첫번째 가파른 곳을 지나 평지에서 사진을 찍어 드렸다.
아버지께선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그러나 이제 동네에선 같이 산에 다니실만한 분이 안 계시다.
다들 돌아가셨거나 건강이 안 좋으시거나...
운동화가 덮힐 정도로 갈잎이 많이 쌓여 무척 미끄러웠던 길
50분 걸려 목적지에 올라왔다.
아버지께서는 예전에 40분 걸리시던 곳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나무 사이로 멀리 남한강이 보였다.
내려올 때는 아버지가 앞서시게 했다.
너무 빨리 내려 오시다가 미끄러지셔서 엉덩방아를 가볍게 한번 찧으셨다.
아직도 연세 생각은 안 하시고...
아버지께선 내려오는 길에 있는 내 나이와 같은 소나무라고 말씀하시며 안아보게 하시고 사진을 찍어 주셨다.
그 때는 이 산 전체가 민둥산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렇게 울창한 동네 앞,뒤 산들이 내가 어렸을 때 역시 전부 민둥산이었다.
시골에서는 연탄이 보급되기 전이라 난방이나 취사 모두 산에서 해 온 나무에 의존하던 때였으므로,
나무는 물론이고 이런 솔잎이나 갈잎 등도 빡빡 긁어다 아궁이에 때던 시기였다.
결국 땔나무를 하려면 리어카에 지게를 싣고 아주 먼 산골까지 가야 했는데,
동생하고 아버지따라 나무하러 가서 산에서 먹던 찬 도시락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40분 걸려 마을 어귀로 내려왔다.
올해 구순이신 아버지,
내년에도 모시고 산에 다닐 수 있을런지...
간절한 바램이다.
다음날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했다.
올해도 120 포기 정도 했다.
올해도 백주부 아들이 한 몫했다.
김장하는 중간에 먹는 돼지고기 보쌈과 소주 한 잔은 빼놓을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
연례행사인 김장 담그기가 무사히 끝났다.
준비하는 것이 힘드시어 다음 해에는 김장을 안 하신다고 말씀하신 것이 벌써 3년째,
내년에도 이렇게 가족이 모여 함께 김장을 할 수 있을까?
역시 또 하나의 간절한 나의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