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자식 돈 뜯어먹기
지난 주말의 일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들놈이 취직한지 반 년이 되어 가는데,
첫 월급 탔다고 쬐금 주고 설에 세뱃돈이라고 봉투에 5만원 넣어주고 입 닦은게 아닌가.
참 어버이날이라고 백화점에서 괜찮은 잠바 하나 얻어 입었지만, 이건 아니지 싶어 빈봉투를 아들방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다음날 아침 아들이 봉투를 들고 왔다.
"이게 뭐니?"
"아빠, 용돈 하시라고요."
"그래,고맙다. 잘 쓸께 ."
봉투를 열어보니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크크, 작전 대 성공 !" 이라며 좋아하는 나에게 집사람은 쥐꼬리만큼 버는 아들 돈 뺐어 먹는게 그렇게 좋냐구 핀잔을 준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뜯어먹을수 있을때 최대한 뜯어먹자."
지금까지 얼마나 뜯겨왔나, 그리고 뜯어먹을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4,5년, 결혼시키면 끝이라는 걸 나는 장담한다. 더구나 딸이라면 몰라도 아들은 반드시 그럴것이다.
"훌륭한 아들은 나라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돈 못 벌고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는가?
아들 장가들인 친구들 내 생각이 틀린가 얘기해 보기 바란다.
우리 세대를 세상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한 시기에 태어난 세대라는 뜻이다.
55년생부터 63년생까지의 세대, 그러고보니 59년생인 우리가 그 베이비부머세대의 정확히 한가운데 위치한다.
이 사회에서 은퇴를 시작하는 세대, 그리고 노후 준비는 제대로 안 되어 있는 세대로 이미 한국 사회의 이슈가 되어 있다.
부모에 대한 봉양은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면서 자식들에겐 무한히 퍼주고 노후엔 자식들에게 결코 기대려 하지 않는 희생의 삶을 사는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인 것이다.
나 역시 노후대책이란 건 남의 얘기인 듯 준비해 보지도 생각해 보지도 않고 살고 있으며,
언론에서 베이비부머의 노후 문제를 떠들 때는 은근히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앞으로 10년이면 우리 나이가 대략 65세,
거의 대부분이 생업전선에서 은퇴했을 나이고, 자녀들은 출가해 좋든싫든 대부분이 할아버지,할머니 반열에 올라 있을 나이가 된다.
또한 불행히도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을수 있으나 생물학적으로 여러 질병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결코 10년이란 시간이 긴 것이 아니며, 그래서 그 10년이 아주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애들한테는 선을 그었다.
장래의 결혼비용은 도와 줄 수가 없다고,
우리도 노후준비를 해야 하므로 결혼 문제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그런다고 노후대비가 되는건지, 애들이 결혼 할 때가 되면 정말로 나 몰라 할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멀지않은 노후를 생각하면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늙어서 "애들한테 짐 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라는 생각만은 분명하다.
그나저나 다음엔 어떤 방법으로 자식 돈을 뜯어내나 ?